[TODAY] 2018년 0924<월요일>
 

광주전남닷컴 로고

주요 메뉴

프리미엄

[무등산 이야기] 16. 민초들의 길, 무등산 의병길을 걷다

광주 기사입력 2018년03월16일 15시57분
  • +글씨크게보기
  • -글씨작게보기
  • 기사스크랩
  • 메일로 보내기
  • 프린터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주소복사http://www.gjnews.co.kr/news/16029

 
풍암제에서 시작되는 무등산 의병길
돌탑 너머로 보이는 풍암제

나라가 처한 어려운 국난을 뚫고 다녔던 흔적이 남아있는 길은 무등산 의병길이 대표적이다. 무등산 의병길은 역사적 사실과 전설이 있는 문화자원이 많아 자연과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풍암제에서 시작해 옛길 2구간과 이어지는 제철유적지까지 3.5km. 금곡마을에서 분청사기 전시실을 지나 자갈로 된 길을 걷다보면 풍암제가 나타나는데 이곳에서부터 의병길이 시작된다.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는 이 길은 풍암정, 원효계곡, 치마바위, 원효폭포, 제철유적지를 거친다. 김덕령과 호남의 의병들이 다녔다던 의병길을 따라 걸어보았다. 무등산 의병길은 옛 길을 탐방로로 재현한 구간으로 새로운 탐방로를 조성하기보다는 생태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자연지형에 맞춰 최소 폭으로 정비되었다.
풍암제까지는 도로가 나있지만 도요지에서부터 단풍이 아름답게 물든 길사이로 걸어가 보기로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잔잔한 물결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호수 풍암제가 보인다. 풍암제 앞에는 의병길 안내 표지판이 있고 그 뒤로는 높고 둥그런 돌탑이 세워져 있다. 이 돌탑에는 어떠한 소망과 염원이 담겨있는 것일까. 이 길을 주로 다녔던 옛 선조와 의병들의 그들이 간절히 원했던 것 혹은 간절히 지키고 싶었던 것에 대한 궁금증을 품고 의병길이 시작됐다.

풍암정
풍암제를 옆에 두고 걸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덕령의 동생 김덕보가 두 형을 기리며 지었다는 풍암정이 나온다. 이곳에서 은둔하여 지내던 김덕보 역시 정묘호란 때 안방준(安邦俊)과 함께 의병을 일으켰다. 그러나 병으로 거동을 못하게 되자 안병준에게 모든 일을 당부한 뒤 세상을 떠났다. 의병으로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노력했던 삼형제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이곳 풍암정은 현재 너무나도 평온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 풍암정은 주변은 마치 공원처럼 조성돼있어 여름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휴식처로 자연이 어우러진 나들이 명소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풍암정에서 나와 물길 옆으로 걷다보면 김덕령 누나가 치마로 감싸 올렸다는 전설을 가진 커다란 치마바위가 나타난다. 치마바위는 김덕령의 누이에 관한 전설이 전해진다. 김덕령이 자기의 용력을 믿고 씨름판을 휩쓸고 다니자 동생의 교만함을 경계하기 위해 김덕령과 성 쌓기 내기를 제안한 누이가 들어 올린 바위가 바로 이 치마바위다. 이를 통해 김덕령이 겸손을 배웠다는 전설이다.
 
좁은 흙길로 이어지는 무등산 의병길은 걷는 내내 옆에서 물소리가 들려온다. 시원한 물소리에 걸음은 지치지 않고 나아간다. 치마바위를 지나 걸으면 작은 연못의 사당소가 나오는데 크지는 않지만 아늑해서 쉬어가기 좋은 장소이다. 사당소는 의병들이 철을 만들어 사용했던 흔적과 함께 창과 검을 식히고 무술을 단련했다고 전해지는 항아리 모양의 연못이다. 제철유적지가 다가올 전쟁을 대비해 창과 검을 만든 곳이라면 이곳에서는 의병들이 창과 검을 식히고 무술을 단련했던 장소인 것이다.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아버지였을 그들은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해 내 가족을 지켜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대동단결했을 것이다. 숭고한 의병의 공동체 정신은 개인주의에 빠져 사는 지금의 우리들에게 많은 점을 일깨워 준다.
지금은 사라진 원효폭포와 예전에는 신혼여행지로 명성이 났었던 무등산장을 지나면 의병길의 마지막 종착지인 제철유적지에 다다른다. 무성히 자란 풀 때문에 터를 자세히 볼 순 없었지만 유적지 주변에 깔린 까만 파편 조각들이 이곳이 철을 녹여 무기를 만들었던 곳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곳에서 의병들은 서로의 신분과 계급을 떠나 오로지 구국정신으로 똘똘 뭉쳐 칼과 창을 만들었을 것이다.
 
若無湖南 是無國家
‘만약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
 
이순신 장군은 호남을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의병이 없었다면 지금의 세상은 없었을 것이다.
 
의병정신은 죽음을 결심하고 과감한 전투를 벌이며 강한 국민성으로 정복당하거나 굴복하지 않는 강한 힘을 가리킨다. 무등산에 모였던 옛 사람들 역시 의병정신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자발적으로 일어나 불의에 대항한 의병들의 오랜 역사는 시대가 지날수록 더욱 깊어지고 강해졌다. 그 정신은 지금의 무등정신, 광주정신으로 면면이 이어지고 있다.
무등산 의병길 탐방은 원효계곡의 시원한 물소리가 어우러진 숭고한 의병정신을 기리는 탐방코스로 이 길 위에서는 의병들의 뜨거운 역사와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이 길 위에서 흘리는 땀이 마르는 동안 이름 없이 살다간 의병들의 삶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기분이다.

* 위 콘텐츠는 2015년 무등산국립공원에서 발간하고 (주)데코디자인그룹에서 제작·디자인한 '무등산 이야기길을 걷다'라는 스토리텔링 책의 내용 중 일부로 실제 탐방을 통해 작성된 글과 사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공감버튼 공감해요 < 0 > 기사 신고
잼잼코믹스 기사제보를 받습니다

많이 본 뉴스

광주전남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