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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이야기] 19.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너릿재 옛길

광주 기사입력 2018년03월23일 11시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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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화순을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하는 고갯길이 바로 너릿재다. 현재는 너릿재 터널이 만들어져 과거의 너릿재는 너릿재 옛길이라는 이름으로 복원되어 산책로로 재탄생되었다. 너릿재 옛길은 화순의 만연산과 안양산을 거쳐 무등산으로 이어지고 있는 백두대간 호남정맥의 지맥을 따라 형성돼 있으며, 1971년 너릿재 터널이 완공되기 전까지 화순사람들의 삶의 애환과 역사를 담고 있다. 너릿재라는 이름은 고갯길은 구불구불하지만 올라선 고갯마루는 제법 널찍하고 평평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너릿재는 ‘널재’라고도 불렸는데 시체를 실은 수많은 관이 이 고개를 넘나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죽하면 관이 넘나드는 길이 되었을까. 그 사연 속에는 시대의 역사가 숨겨져 있다.
 
너릿재의 숨은 역사를 따라 이곳 너릿재 옛길을 찾아가 보았다.슬픈 역사와 대비되는 이 고갯길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너릿재의 비극은 동학농민군의 학살에서 시작해 80년 광주의 5월까지 이어진다. 동학농민군은 자유와 평등을 외치던 우리나라 최초의 민초들의 항쟁으로 농민들이 일으킨 봉기이다. 동학농민군은 부패한 권력자들의 횡포와 착취에 못 이겨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외쳤지만 결국 정부군과 일본군의 연합작전으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너릿재는 동학농민운동 당시 수백 명의 애국지사들이 처형된 곳이기도 하다.

그 뒤부터 너릿재의 쓰라린 역사는 시대를 따라 이어진다. 일제강점시절, 일본이 강제로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체결한 을사조약에 분개하여 일어난 화순 능주 출신 의병장 양회일이 이끄는 부대가 너릿재를 넘으려 할 때 매복한 관군과의 격전에서 패배하여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으며 1946 년 8월 15일에는 화순탄광의 광부들이 광주에서 열리는 해방 1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 고개를 넘었다가 미군과 경찰의 총격을 받고 쓰러진 곳이기도 하다. 1950년 7월에는 국민보도연맹에 얽힌 이들이 너릿재 인근에서 학살됐고, 9월에는 광주형무소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끌려 나와 너릿재를 넘어 화순읍 교리의 저수지 근처에서 영문도 모른 채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너릿재는 광주의 5월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광주로 통하던 화순 너릿재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봉쇄되기도 하였고, 화순 군민들이 도청사수를 위해 다이너마이트를 싣고 광주로 넘어가기 전 집결했던 장소이자 시민군이 공수부대의 총격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너릿재 옛길을 걷는 도중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에 사로잡힌다. 지금의 한없이 평화롭고 편안해 보이는 이곳이 불과 수십 년 전만해도 절규로 가득한 곳이었다니. 지금의 고즈넉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더욱 당시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아픈 역사가 있는 역사의 현장에서 지금은 한적하고 아름다운 산책로가 된 너릿재 옛길은 가족이 함께 하는 산책 뿐 아니라 연인들이 데이트하기에도 좋은 곳이자 마음의 여유와 운치를 안겨 주는 곳이 되었다. 너릿재 공원은 이곳을 거쳐 간 빛나는 투혼을 기억하고 기리기 위한 곳이다. 너릿재 옛길과 더불어 너릿재 공원에는 1951년 4월 너릿재에서 싸우다 산화한 무명용사들의 묘지와 1950년 10월 북한군의 습격으로 숨진 당시 화순경찰서 소속 경찰관 23위를 모신 순국경찰묘지가 있으며 충혼불망비가 세워져 있다. 광주 쪽의 너릿재 터널 입구에도 만남의 광장이 조성되어 있어 이곳을 지나는 길손들의 쉼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지만 지금은 명품 숲길이 된 너릿재, 설움과 아픔의 역사는 세월 속에 씻겨져 내려가고 이제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이곳에서는 이제부터 아름다운 역사만이 쓰일 것이다. 

* 위 콘텐츠는 2015년 무등산국립공원에서 발간하고 (주)데코디자인그룹에서 제작·디자인한 '무등산 이야기길을 걷다'라는 스토리텔링 책의 내용 중 일부로 실제 탐방을 통해 작성된 글과 사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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