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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이야기] 21. 예향의 뿌리, 의재 허백련

광주 기사입력 2018년03월28일 11시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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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재미술관


 
조선시대 선비들의 예술의 혼은 시대를 따라 계속해서 이어진다. 증심사로 향하는 길을 따라 걷다보면 얼마가지 않아 차향 가득 머금은 예술의 흔적들을 볼 수 있다. 바로 의재 허백련의 흔적이다. 김덕령 장군과 더불어 무등산하면 빠질 수 없는 인물, 의재 허백련은 남종문인화의 대가이자 광주시민이 사랑한 예향 광주의 정신적 뿌리다. 김덕령이 의향 광주의 뿌리라면, 의재 허백련 선생은 예향 광주의 뿌리인 것이다.

의재 허백련은 1938년부터 40여 년간 광주 무등산 자락에 머물며 많은 명작을 완성하였고 시·서· 화의 동호인의 모임인 ‘연진회’를 조직하여 광주가 예향으로 자리 잡도록 기여했다.

의재 허백련이 활동했던 중심지는 무등산 증심사로 향하는 중간에 있다. 증심사로 가는 계곡 주변에는 의재가 기거했던 춘설헌을 비롯해 사람들이 모여 차를 마시던 관풍대, 농업학교의 흔적인 삼애헌, 후세에 그를 기리기 위한 의재 미술관과 그가 가꾸던 녹차 밭과 묘소가 자리하고 있다. 그가 쏟았던 노력의 결실과 사랑했던 모든 것이 바로 여기 증심사 계곡 주변을 따라 한곳에 전부 스며있는 것이다.
 
무등산을 벗 삼아 살았던 예향 광주의 뿌리가 되는 의재 선생의 흔적을 따라 걸었다. 증심사 입구에서 이어지는 의재로를 따라 걸으며 의재교와 관풍대를 지나면 증심사를 미처 못가서 의재 미술관이 나타난다.
 
의재 미술관은 현대식 건물인데도 반투명 무채색의 외관은 주변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조화로운 느낌을 준다.
미술관 내부는 한국화 전용의 전시라는 정서가 잘 나타나도록 전시공간마다 은은한 햇살이 들어와 의재 선생의 그림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의재 선생은 계곡물을 떠다가 붓을 적셔 그림을 그렸다. 무등산 증심사 계곡의 맑은 물은 의재 선생의 손끝에서 영원히 시들지 않는 산수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무등산 물로 그려낸 그림은 웅장한 대자연을 보는 것 같으면서도 편안하고 포근하다. 붓 하나로 표현된 고아하고 서정적인 그림들은 남종화의 진수를 잘 보여준다. 그의 모든 그림은 온화하고 기품있는 무등산과 닮아있다. 
 
춘설차와 다과
미술관 옆에는 과거 의재가 설립한 삼애학원 광주농업고등기술학교가 자리하던 건물이 있다.
이 건물은 허물지 않고 수리하여 현재 ‘삼애헌’이라는 차 문화 교실로 이용되고 있다. 의재 선생이 후학양성을 위해 세운 이 학교는 의재의 사상이기도 한 애천(愛天), 애토(愛土),애인(愛人)의 삼애정신이 학교 이름에 담겨있다. 천왕봉, 지왕봉, 인왕봉을 품은 무등산의 정신을 이어받은 것일까. 의재 선생의 하늘, 땅, 사람을 사랑하자는 이 철학은 화가를 뛰어넘는 계몽가로서의 삶을 살게 하였다.
 
그의 이 삼애사상은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기준이 되었다. 배움과 먹을 것이 부족해 늘 배가 고팠던 시절, 의재 선생이 설립한 광주농업학교는 정신적, 육체적 힘을 기르는 곳이었다. 단순히 글을 깨우치고 책을 읽게 하는 학교가 아니라 하루 종일 몸을 움직여 스스로 생명을 길러내는 자연의 법칙, 건강한 노동으로 어려운 시대를 이겨내고 이 땅에서 먹고 살아가는 방식을 가르친 것이다.
 
의재 선생은 차(茶)를 무척 좋아했다. 무등산 시원한 계곡 물소리와 푸르디푸른 산수를 감상하며 차를 마시고, 차를 통해 사람들과 모여 정을 나누는 일을 즐겼다. 그는 심지어 수 만평의 차밭을 사들인 뒤 ‘삼애다원’이라 이름 짓고 춘설차를 가꾸기 시작했다. 삼애다원은 원래 증심사에 딸려 수백 년이 이어져온 야생 차밭으로 일제강점기 시절 무등산 다원으로 일궈지다가 일본 패망 후인 1946년 의재 선생이 정부로부터 사들인 것이다. 의재 선생은 차 문화 부흥을 위해 직접 차를 제작하고 보급하는 일에도 앞장섰다. 그래서인지 의재 미술관 근처에는 차가 남긴 관련된 여러 흔적들을 볼 수 있었다. 증심사 입구 왼쪽 산비탈에 위치한 차 밭 ‘삼애다원’을 비롯해 계곡물로 돌아가는 물레방아를 이용한 전통적인 제다 실습장과 지인과 학생들을 위해 만든 차실인 ‘관풍대’가 있다.
 
춘설차는 현재 광주의 지방 특산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광주광역시 전통식품 1호로 등록되어 있다.
의재 미술관에서 나와 맞은편 계곡을 건너가면 춘설차를 시음할 수 있는 문향정이 나온다. 문향정은 본래 의재가 세운 학교인 광주농업고등기술학교의 실습용 축사로 이용되었던 건물로 노후건물을 개축하여 1994년부터 춘설차 시음장으로 쓰이고 있는 곳이다.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무등산의 더디게 가는 시간 속에서 수십 년 전의 이곳을 상상해본다.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그때와 지금의 무등산 계곡에 앉아 의재 선생이 마셨던 차를 마시면 이곳에서 그가 느꼈던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막연히 이곳에 앉아 풍경을 감상하고 차를 마시며 조용히 영감을 떠올려 보기를 추천한다. 의재 선생의 기운으로 영감을 받아 당장이라도 한 줄의 시, 한 폭의 그림이 탄생될지도 모를 일이다. 

* 위 콘텐츠는 2015년 무등산국립공원에서 발간하고 (주)데코디자인그룹에서 제작·디자인한 '무등산 이야기길을 걷다'라는 스토리텔링 책의 내용 중 일부로 실제 탐방을 통해 작성된 글과 사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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